S STORY 

조기 검진과 치료

건강한 간을 유지하는 비법

따듯한 격려와 맞춤 치료로 간질환 환자들과 동행하는 이혜원 교수

이혜원 교수 프로필 바로가기



간경변증은 무엇인가요? 간경변증의 간은 정상 간과 어떻게 다른가요?

간경변증은 간에 섬유화가 진행된 상태로, 쉽게 말하면 말랑말랑해야 할 간이 더 이상 재생을 못 하고 딱딱해지는 것을 의미합니다. 간은 스스로 치유하는 재생 능력을 갖고 있지만, 만성 간질환으로 간에 반복적인 염증과 섬유화 과정이 발생하면 간이 더 이상 회복되지 못하고 굳어집니다.


이로 인해 해독 작용이나 영양소 저장과 분해 등 간이 본래 해야 할 여러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면서 우리 몸에 갖가지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 바로 간경변증입니다. 복부초음파검사를 해보면 정상 간과 간경변증이 있는 간은 차이가 명확하게 나타납니다. 정상 간은 표면이 매끄럽고 말랑말랑한 반면, 간경변증 환자의 간은 딱딱해지면서 쪼그라들고 표면이 울퉁불퉁하게 보입니다.



간경변증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 질환은 무엇인가요? 술이 제일 큰 문제인가요?

만성 간질환을 일으키는 대표적인 원인은 바이러스 간염, 지속적인 음주, 지방간, 약물, 자가면역질환 등을 꼽을 수 있는데요.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원인은 아직까지 바이러스 감염입니다. 대표적으로 바이러스 간염이 전체 간염의 75-90%를 차지하고, 술로 인한 알코올 간염이 약 15-20%를 차지합니다. B형 간염 예방접종이 시행되면서 바이러스로 인한 만성 간질환 환자가 많이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중장년층에서는 B형 간염으로 인한 간경변증 환자가 가장 많습니다. 반면 젊은 층에서는 지방간이 만성 간질환의 주요 위험 요소 중 하나로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지방간은 단순히 간에 지방이 좀 많은 거 아닌가요? 지방간도 질병이라 볼 수 있나요?

5% 이상의 간세포에 지방이 침착된 경우를 지방간이라 하는데, 지방간을 일으킨 원인에 따라 알코올 지방간과 비알코올 지방간으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평균 음주량이 남성의 경우 일주일에 소주 3병, 여성은 소주 2병 이상인 경우 알코올 지방간으로 분류되고, 음주량이 아예 없거나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에는 비알코올 지방간이라고 합니다. 지방간 자체는 경증 질환이지만, 지방간이 지방간염을 거쳐 간경변증, 간암으로 진행될 수 있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합니다.


최근 몇 년 사이 음주량의 증가, 배달 음식의 증가, 단 음료나 간식 등의 문화가 퍼지면서 비만으로 인한 젊은 지방간 환자 역시 많아지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10명 중 3명에서 지방간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며, 지방간으로 인한 말기 간질환 역시 꾸준히 늘어나고 있어요. 보통 비만인 사람의 약 60-70%에서 지방간이 발생하고, 지방간 환자의 약 10-20%가 지방간염이 되며, 지방간염 환자의 약 10-20%가 간경변증으로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서 주의해야 합니다.



간은 침묵의 장기라고 하던데요. 혹시 지방간처럼 경증의 간질환에서도 증상이 나타나나요?

흔히 만성피로에 시달리면 간 때문이라고 생각하는데, 경증의 간질환에서는 보통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간을 침묵의 장기라고 표현하는 이유이기도 하지요. 간에는 통증세포가 없기 때문에 병이 아주 심각해지기 전까지는 잘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간이 딱딱해지면 정상적인 기능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쉽게 피곤해지고 소화불량, 식욕부진, 구토, 메스꺼움, 복통 등 소화 관련 증상들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특히 간경변증이 진행되어 말기에 가까워지면 소변 색이 진해지고, 황달이 나타나며, 잇몸이나 코에서 피가 자주 나고, 목이나 가슴에 거미 모양의 혈관종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더 심해지면 복수, 정맥류 출혈, 간성혼수 등의 증상이 나타납니다. 따라서 증상으로 간의 이상을 조기에 발견하기는 어려우므로 정기적으로 간 건강을 점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겠습니다.



간경변증 치료는 어떻게 진행되나요? 잘 치료하면 손상된 간 부위가 다시 정상으로 회복될 수 있나요?

간경변증의 원인을 찾아 원인 치료를 하는 것이 간경변증 치료의 기본 원칙입니다. 초기 간경변증이라면 원인 치료를 통해 간이 회복되는 것을 조금이나마 기대해볼 수 있겠지만, 이미 심하게 딱딱해진 간을 되돌리는 약물은 아직까지 없습니다. 바이러스 간염으로 인한 간경변증이라면 적절한 항바이러스 치료가 필요하며, 알코올 간경변증에서는 금주, 비알코올 지방간으로 인한 경우에는 운동과 식습관 개선을 통해 체중을 감량해야 합니다. 또 자가면역 간염은 스테로이드나 면역억제제가 치료제로 사용됩니다.


하지만 이러한 원인 치료들은 간경변증이 악화되지 않도록 진행을 최대한 늦추는 치료일 뿐, 이미 딱딱해진 간을 되돌리기는 어렵습니다. 병든 간을 근본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바로 ‘간이식’입니다. 간이식이 시도된 이후 많은 말기 간질환 환자들이 새로운 삶과 희망을 품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간 건강을 지키기 위해 밀크씨슬 같은 간 보호제를 먹는 것이 도움이 되나요?

여러 간 보호제들이 간 건강에 도움이 되는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간에 좋다고 해서 여러 종류의 보호제를 과다하게 섭취한다면 오히려 간에 해가 될 수 있습니다. 또 주치의와 상의 없이 간 보호제를 장기간 섭취하는 경우에는 현재 경미한 염증 등으로 실제 간에 문제가 있더라도 혈액검사 수치로는 정상인 것처럼 나올 수가 있습니다.


특히 애주가들은 간 보호제를 장기적으로 복용해 혈액검사 결과만을 보고 간이 건강하다는 신호로 받아들여 나쁜 음주 습관을 지속하는 경향이 있어서 이런 영양제 복용이 간에 생긴 미세한 이상을 발견하는 데 방해가 되기도 합니다. 따라서 정확한 검진으로 간 건강을 먼저 확인한 뒤 전문의와 상의해 간 보호제 복용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여기에 해당된다면 선제적 간 검사 필수!

✔ 지속적인 간수치 상승이 있는 경우

✔ 만성 간질환의 가족력이 있는 경우

✔ 본인의 바이러스 간염 상태(항체 유무 등)를 모르는 경우

✔ 반복적이고 장기적인 음주력이 있는 경우

✔ 비만이나 당뇨병 등의 대사성 질환을 가진 경우

위의 사례에 해당된다면 혈액검사와 복부초음파 검사를 통해 미리미리 간 건강을 체크하고, 간질환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원인 치료를 해서 간경변증으로 악화되는 것을 막아야 합니다.





월간 <세브란스병원> 2023년 4월호

에디터 안은지 포토그래퍼 최재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