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 STORY 

환자와 함께 

오래 같이 걸어가는

좋은 옆 사람으로

소아심장질환 환자와 보호자들의 가장 따듯한 동반자 정조원 교수


인터뷰 내내 정조원 교수(소아심장과)가 가장 많이 했던 말은 “감사하다”와 “미안하다”였다. 치료 경과가 좋은 환자와 보호자를 향해 감사를 표했고, 예상에서 벗어난 결과 때문에 힘들어하는 이들에게는 미안하다는 말을 거듭했다. 정 교수가 환자와 보호자의 자리에서 그 마음을 살피는 이야기들을 할 때마다 입장을 바꿔 생각해보는 ‘역지사지(易地思之)’가 그의 진료철학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주변 사람들은 정조원 교수를 떠올릴 때 자유로운 따듯함, 고민을 들어주고 요청을 해결해주는 사람, 친절하면서도 단호한 분이라고 답했다. 어리고 애틋한 생명을 지키는 파수꾼에게 참 어울리는 단상들이었다.

에디터 이나경 포토그래퍼 최재인


정조원 교수 프로필 바로가기


이제 한국도 엄연히 선진국 반열에 올랐습니다. 선천성 심장병 환자도 줄고 치료에 대한 인식도 좀 달라졌나요?

요즘은 선천성 심장병에 대한 인식이 크게 달라졌습니다. 선천성 심장병은 태어날 때부터 갖게 되는 병으로, 예전에는 치료를 못하거나 포기하는 분들이 많았지요. 근래에는 산모들의 나이가 많아서 미숙아나 저체중아 출산이 늘었습니다. 그래도 선천성 심장병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모습을 많이 봅니다. 선천성 심장병의 치료 수준이 아주 높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인 거 같습니다. 가슴을 열지 않고도 시술로 치료가 가능하고, 심실보조장치 같은 기기의 도움을 받기도 하고요. 예전에 선천성 심장병 진단을 받으셨던 분들 중에는 절망하고 포기하다시피 하며 사는 분들이 많았지만, 이제는 아주 적극적으로 치료에 임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30년 넘게 소아심장질환 환자를 만나온 교수님의 생각에는 어떤 변화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예전에는 지식에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치료를 잘 못해서 환자가 손해를 볼 것 같아 지식을 많이 습득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치료를 열심히 한다는 점에서는 그때나 지금이나 동일하긴 합니다만, 지금은 환자의 의지가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환자가 오늘 잘 살 수 있는 방법을 많이 이야기합니다. 운동을 하면 합병증이 줄어 든다, 신경 써서 이런 건 잘 먹는 게 좋겠다 같은 조언을 합니다. 환자와 의사의 관계라기보다는 환자와 함께 오래 살아가는 파트너나 동료로서의 역할에 비중을 두게 된 것 같습니다.



흔치 않은 폐동맥고혈압이 소아에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어른들도 힘들어하던데, 소아의 경우는 어떤가요?

폐동맥고혈압은 검사를 통해서만 알 수 있습니다. 소아의 경우, 아이가 숨을 잘 못 쉰다거나 하는 이상한 점을 보호자가 알아보고 검사받는 과정에서 발견되는 거지요. 문제를 발견했다는 점에서는 다행스럽지만, 그때는 이미 많이 나빠지고 있는 상황이라 치료를 하더라도 쉽지는 않습니다. 어렵게 치료를 이어가던 중에 신약이 나오면 도움을 좀 받고, 심방중격절개술 같은 시술을 받아서 좀 나아지고요. 하지만 결국은 폐이식을 해야 하는데, 세브란스병원 이진구 교수님(흉부외과)이 이끄는 폐이식팀의 도움을 많이 받습니다. 작년 12월 폐이식 아카데미에서 강연할 기회가 있었는데, 서두에 저희 어린 환자들을 잘 지켜주신 이진구 교수님에게 감사와 존경을 보낸다고 말씀드렸어요. 그건 의례적인 인사가 아닌, 제 진심이었습니다.



결국 폐이식까지 해야 하는 병이라면 환자도 너무 힘든, 위험한 질환 아닌가요?

중학생인 성준이(가명)는 여러 기저질환을 가진 폐동맥고혈압 환자였어요. 아직 어린 친구라 약을 먹다 말다 하면서 기흉까지 생겨서 아주 안 좋은 상태로 병원에 실려왔습니다. 폐혈관이 5배까지 늘어나 파열 우려도 있었는데, 겨우 안정시켜 퇴원했다가 다시 입원하기를 반복했죠. 결국 폐이식 대기자에 이름을 올리고 기다리던 중에 코로나까지 걸려 하루하루가 생의 고비였습니다. 그러다 기적적으로 작년 가을에 폐이식을 받았습니다. 저는 매일 성준이의 초음파검사를 지켜봤지요. 마침내 어느 날 성준이가 제 발로 걸어 들어와 감사하다는 인사와 함께 꽃다발을 전해주더라고요. 에크모를 달고 침대에 누워만 있던 아이가 이렇게 일어나준 것이 너무 기쁘고 좋아서 눈물이 났습니다. 일주일 동안 카톡 프로필에 “성준아, 고맙다”라고 적어놨더니, 가족들이 도대체 성준이가 누구냐고 묻더라고요.



그럴 땐 정말 의사로서 의미 있는 일을 한다는 생각이 들 것 같습니다.

의사로서 보람과 기쁨이 밀려오는 순간이죠. 의료진의 수고도 분명 있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환자와 보호자의 의지입니다. 똑같은 병이라도 결과가 크게 달라지는 경우가 있거든요. 0.1%의 가능성에 해당돼 합병증이 생긴다든가, 약의 순응도가 떨어져 예상치 못한 결과가 생기기도 하고요. 그런가 하면 환자와 보호자의 굳건한 의지로 좋은 결과가 나올 수도 있습니다. 다운증후군에 심장병을 가진 여섯 살 선아(가명)를 보면 정말 그래요. 선아 부모님은 용기 있게 아이를 아주 잘 돌보며 키우셨어요. 선아는 굉장히 밝은 아이라 진료실에서 신나게 춤을 출 정도죠. 드라마 같은 일이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선아 부모님에게 정말 감사드리게 됩니다.



치료 잘해주신 교수님이 감사를 받아야 하는 거 아닌가요? 어떤 이유로 계속 환자나 보호자에게 감사하다고 말씀하시는 건가요?

소아 환자들은 태어날 때부터 자기한테 병이 있는 거예요. 아이들이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이라 그런 현실을 받아들이는 건 굉장히 어려운 일입니다. 소아 환자는 그 어려운 상황을 스스로 견디고 있는 겁니다. 자기 병을 감내하고 약을 잘 먹으면서 상황을 이겨내고 있는 거죠. 부모님은 24시간 아이를 돌보며 감당하시는 거고요. 그래서 아이도 고맙고 부모님에게도 감사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의료진의 치료를 최선이라 믿고 따르며 잘 견뎌내고 있는 환자와 가족들에게 감사할 수밖에요. 힘들고 불편하더라도 웃음을 잃지 않는 그분들을 보면서 오히려 많은 걸 배웁니다.



역지사지를 진료철학으로 밝히셨습니다. 소아심장질환 환자들을 치료하면서 스트레스가 없다면 거짓말일 텐데요. 그런 긴장 상황은 어떻게 견디시나요?

견딘다기보다는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고 해요. 팀이 머리를 모아 똑같은 치료를 하고 기기와 약제가 발달했지만 결과가 항상 좋을 수는 없습니다. 그럴 때는 아쉬움이 정말 크죠. 잘 치료된 환자가 기쁨과 보람을 주지만, 한편으로는 살리지 못한 환자가 기억에 남아 마음이 아픕니다. 최선을 다했어도 결과가 안 좋으면 죄송하다고 말씀드리고 다시 시작해야죠. 이것이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하는 일은 하나님의 손이 되어 하는 일이고, 생각대로 되지 않는 것은 하나님의 높은 뜻이 있어 다시 한번 기회를 얻어 선택받은 것이라 생각합니다.



소아청소년과를 전공하려는 의사들이 크게 줄어드는 현실에서, 특별히 소아심장질환을 치료하려는 후배들한테 당부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들려주세요.

심장은 눈에 보이지 않는 장기입니다. 그래서 초음파라든가 CT 같은 기기를 이용해 심장의 상태를 읽습니다. 움직임과 소리로 심장을 상상하는 것이지요. 예를 들어 청색증이 나타나면 그 이유를 찾고 알아가는 과정에서 의사로서 ‘재미’를 느끼면 좋겠어요. 그것이 치료의 실마리로 이어지는 일이죠. 재미라는 단어가 적절하지 않을 수 있지만, 탐구와 발견에서 느끼는 감정으로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선천성 심장병은 일종의 기형이라 볼 수 있어요. 벽에 구멍이 뚫려 있는 것을 상상해보면 그걸 메우든가, 자르든가, 아니면 넓히든가 하는 어떤 외과적 처치가 필요합니다. 트레이닝을 잘해서 그 길을 잘 찾아가면 좋겠습니다. 아울러 힘든 현실이지만 그것보다는 좀 더 거시적인 안목으로 치료의 길을 찾아가시길 당부하고 싶습니다.





명의의 특강

소아 폐고혈압  

계속 진행하는 병,

조기 발견과 조기 치료가 최선

너무나 익숙한 고혈압과 달리, 폐고혈압은 희귀질환이어서 다소 생소할 수 있습니다. 폐고혈압은 점차 진행하면서 심장기능에 치명적인 문제를 일으키므로 조기 발견과 조기 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정조원 교수(소아심장과)


청색증, 호흡곤란, 심비대

폐고혈압이란 폐혈관의 압력이 높은 상태를 말하며, 크게 폐동맥고혈압과 폐정맥고혈압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고혈압은 흔히 보는 혈압계를 이용해 팔에 커프를 감고 측정합니다. 그러나 폐는 흉곽 안에 있어서 외부에서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이 없으므로, 폐고혈압은 폐혈관에 가느다란 도관을 직접 넣고 측정해야만 알 수 있습니다. 2022년 8월 이전까지 미국·유럽심장학회의 폐고혈압 기준은 평균 폐동맥압 25mmHg 이상이었으나, 2022년 9월부터 20mmHg 이상으로 기준이 낮아졌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약제 사용의 표준이자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인정하는 폐고혈압의 기준이 평균 폐동맥압 25mmHg 이상입니다.

소아 폐고혈압의 기준은 성인과 동일합니다. 생후 약 2-3개월부터는 폐의 압력이 성인과 비슷해지기 때문입니다. 이보다 어린 생후 2-3개월까지는 심장초음파검사에서 좌심실 압력의 2분의 1에 해당하는 D형 좌심실 형태를 보일 때 폐고혈압으로 진단합니다.


폐고혈압을 가진 신생아는 주로 청색증, 호흡곤란, 심비대가 나타납니다. 소아에서는 흉통, 호흡곤란, 지속적인 두통, 어지럼증, 반복적인 실신, 심비대, 운동 시 청색증이 나타나며, 특히 계단을 오를 때 심하게 어려워하고 숨이 차는 증상을 호소합니다. 때로는 잦은 소화불량과 구토 증상을 보이는데, 이는 심각한 폐고혈압으로 우심부전이 동반되어 있음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흉통, 호흡곤란, 실신은 폐고혈압이 없는 소아에서도 나타날 수 있으므로, 흉부 X-ray 검사에서 심비대가 있는지 확인하고 심장초음파검사를 시행해 일차적인 선별 진단이 가능합니다.


소아에서 주로 나타나는 폐고혈압의 종류와 특징

WHO는 폐고혈압을 1-5군으로 분류하고 있으며, 이는 성인과 소아에서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그러나 소아는 성인에 비해 폐고혈압이 잘 동반되는 질환이 특히 많습니다.


출생 직후 가장 흔한 것은 신생아의 지속성 폐고혈압입니다. 출산 당시나 직후 충분한 산소가 공급되지 않거나 감염 등의 원인으로 폐혈관 저항이 높게 유지되어 신생아가 양수 속에서 지내던 태아 때와 같이 폐압력이 높은 상태를 보이는 것이죠. 산소 보조 흡입이나 인공호흡기 치료, 산화질소 흡입치료를 하면 대부분 며칠 뒤 호전되지만, 때로는 심실보조장치(ECMO)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소아기에 폐고혈압이 가장 많이 동반되는 질환은 미숙아에서 간혹 발생하는 기관지 이형성증입니다. 기관지 이형성증을 동반한 폐고혈압은 성장에 따라 생후 1-2세경 호전되며 적절한 호흡기 치료와 산소 흡입치료, 이뇨제와 스테로이드 사용, 폐혈관 확장제인 실데나필 등의 투여가 도움이 됩니다. 폐혈관의 발달이 아주 미숙한 경우에는 조기에 폐이식을 고려해야 합니다.


선천성 심장병을 가진 환아에서도 심장병의 종류에 따라 폐동맥고혈압 또는 폐정맥고혈압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선천성 심장병에서의 폐고혈압은 다행히 소아기에 선천성 심장병을 조기 치료하면 폐고혈압도 약 90% 이상 함께 치료되며, 나머지는 약물치료로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치료 시기를 놓치거나 적절하게 치료하더라도 폐혈관 기형이 심하다면 치료가 어려울 수 있습니다.


그 밖에 심각한 호흡기 감염, 자가면역질환, 특정 약물, 염색체 이상(다운증후군 등), 유전성 혈관질환 등에 의해서도 소아 폐고혈압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원인이 명확하지 않은 특발성 폐고혈압은 유전자검사 기법이 발달하면서 관련 유전자가 발견되고 있어 대부분 유전성일 것으로 추측하고 있습니다.


치료 목적, 폐고혈압 다스려 심부전 예방

위에 언급한 질환을 갖고 있거나 호흡곤란 등의 증상으로 폐고혈압이 의심되면 심장초음파검사를 시행해 진단합니다. 치료를 위해 정밀 진단을 하려면 우심도자검사가 필수적입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정한 폐혈관 확장제 투여 치료를 하는 기준 요건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우심도자검사는 심장까지 닿는 긴 도관을 이용해 정맥에 가느다란 플라스틱 바늘을 넣어 폐동맥압을 직접 측정하는 검사이므로 환자가 너무 위중해서 이 검사를 할 수 없는 상태라면 예외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그 밖에 흉부 CT 등이 진단에 도움이 되며, 이러한 검사를 통해 폐고혈압과 우심부전 의 발생 유무와 그 정도를 확인하고 평가합니다.


폐고혈압의 치료 목적은 폐고혈압으로 인한 우심부전이 생기지 않도록 조절하고 치료하는 데 있습니다. 소아 폐고혈압에서는 일반적으로 산소 흡입치료, 이뇨제와 강심제 사용, 빈혈 치료, 기저질환 치료가 시행됩니다. 폐고혈압의 선택적 치료로 폐혈관 확장제(산화질소계, 프로스타노이드계, 엔도테린수용체 길항제)가 있으며, 폐혈관 확장제는 WHO의 임상 분류 가운데 1군에 해당하는 폐동맥고혈압에만 반응이 있습니다. 특발성, 선천성 심장질환, 약물성, 유전성, 자가면역질환, 간문맥성, 신생아의 지속성 폐고혈압 등이 이에 해당합니다.


우심부전으로 저혈압이 있을 경우에는 정맥주사용 승압제나 강심제를 투여하고 심실보조장치 치료를 시행합니다. 약물치료는 단일 약제로 시작해 계열이 다른 2가지 이상의 약제를 병합해 초기에 투여할 때 효과가 있습니다. 환아의 증상, 혈액검사, 심장초음파검사, 혈역학적 검사를 종합해 위험도를 낮음, 중간, 높음의 3단계로 나누어 낮은 위험도는 단일 약제, 중간 위험도는 2제 병합요법을 시행합니다. 높은 위험도에서는 정맥주입용 프로스타노이드계 약제를 같이 투여하고, 호전되지 않을 때는 심방중격절개술이나 폐이식 치료를 권하고 있습니다. 


소아 폐고혈압에서 적극적 약물치료의 중요성

폐고혈압은 계속 진행하는 질환이어서 ‘조기 발견, 조기 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폐고혈압을 처음 발견할 당시 이미 병이 많이 진행된 경우가 대다수입니다. 발견 즉시 치료를 시작해도 먹는 약제로는 계속 진행하는 병의 경과 속도를 따라잡기 어려울 수 있으므로 진단 당시 위험도를 잘 평가해야 합니다. 처음부터 2가지 이상의 복합 약물치료를 하거나 정맥주입용 약제를 투여해야 하는 경우도 있으며, 특히 발견 초기에 이미 높은 위험도라면 정맥주입용 약제를 빨리 투여해야 합니다. 


강하고 독한 약물을 어린아이에게 사용하는 것에 대한 우려가 크다 보니 보호자들을 설득해 치료 협조를 구하는 것이 쉽지 않은 편입니다. 때론 학교에 가야 한다는 이유로 입원치료를 거부하는 사례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치료를 망설이는 동안 아이의 귀중한 치료 시간은 째깍째깍 지나가고 있습니다. 폐고혈압이 있으면 폐동맥과 우심실이 확장되고 압력이 높아지면서 삼첨판 역류, 우심방 확장, 중심정맥 확장으로 이어집니다. 이렇게 장시간 지속된 심한 폐고혈압은 우심부전을 일으킬 수 있으며, 우심부전이 심각해지면 심장막에 물이 고이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특히 소아의 폐고혈압은 치료하지 않으면 성인보다 매우 급속하게 악화되는 반면, 조기에 진단해 치료하면 성인보다 좋은 예후를 얻을 수 있습니다.


우심실 상태와 기능에 따라 시술 또는 수술

심장 내 결손이 없는 환아 중 우심실의 확장이 심하고 기능이 좋지 못한 경우, 심도자술을 이용한 경피적 심방중격절개술이 효과가 있습니다. 심방중격절개술은 정맥으로 도관을 넣어 인위적으로 심방중격을 통과시킨 뒤 풍선 확장 또는 스텐트 삽입 등으로 작은 결손을 만들어주는 시술로, 우심실 기능을 호전시킵니다. 하지만 우심실 확장이 매우 심하고 우심부전이 이미 진행되어 저혈압이 있다면 심방중격절개술이 아닌 심실보조장치 삽입술을 시행하고, 폐이식 치료를 고려해야 합니다. 폐이식은 장기 공여자가 있어야 가능하며, 이식 등록 후 대기 기간 동안 집중관리가 필요합니다.


지혜로운 운동으로 호흡근육 키우기

폐고혈압 환아들이 경험하는 증상은 고산지대에서 지내는 것이나 숨을 쉴 때 좁은 빨대를 이용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즉 활동은 가능하지만 운동을 활발하게 하는 건 정말 어렵습니다. 적당한 운동이 호흡근육 발달에 도움을 주는 것은 분명하지만, 폐고혈압 환아에게는 무조건 운동이 도움이 되는 건 아닙니다. 운동 시 두통, 어지러움, 숨참, 청색증, 실신 등이 동반되어 아이는 활동이 위축되고 움직이기 싫어할 수밖에 없으므로 보호자는 이러한 아이를 먼저 이해해야 합니다.


평지 걷기, 평지 또는 실내 자전거 타기, 수영 등의 운동은 가능하며, 중력을 거스르는 운동은 하기 어려우므로 계단 오르기는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다만 학교를 다니느라 계단 이용이 불가피한 경우에는 1-2층씩 천천히 오르거나 엘리베이터 이용하기, 산소 흡입을 권장하며, 인스피로미터를 활용한 호흡재활치료가 도움이 됩니다. 호흡기 감염은 치명적이므로 적절한 예방접종이 필수적입니다.


희귀난치질환, 그러나 희망은 있다

소아 폐고혈압은 조기에 발견하기가 어렵고 치료 역시 어려운 질환입니다. 하지만 현재 새로운 약제가 무궁무진하게 개발되고 있습니다. 또 최근에는 심방중격절개술을 쉽게 해주는 기구인 심방혈류조절장치가 출시되었으며, 체중이 적은 소아나 신생아에서도 심실보조장치 삽입술이 예전보다 쉽게 가능해졌습니다.


무엇보다 아이가 자라 청소년기에 도달하고 18세를 넘기면 사용 가능한 약제가 많아져 선택의 폭이 넓어집니다. 따라서 현재 나와 있는 약제들을 복합적으로 투여하고, 숨이 많이 차거나 힘들다면 입원해 정맥주사용 강심제를 투여받거나 폐혈관 확장제 피하주사의 도움을 받아 증상을 조절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병의 진행 속도를 최대한 늦추면서 기다리면 청소년기와 성인기에는 신약과 다양한 추가 약제를 투여해 좋은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아울러 폐이식으로도 새로운 미래를 기대해볼 수 있는 만큼 희망을 잃지 말고 적극적인 치료에 나설 것을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