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 STORY
어렵고 까다로운 코 질환 수술도
두려워할 이유 없다
부비동염과 부비동암, 내시경과 내비게이션으로 깔끔하게 해결하는 실력자 김창훈 교수
⚊
코의 면적은 얼굴의 10분의 1 정도에 불과하지만, 코 안까지 들여다보면 그 위상은 더 대단하게 느껴진다.
코뼈 아래쪽의 길과 공간은 호흡의 통로가 되면서 바깥에서 들어오는 공기를 덥히거나 먼지를 걸러내고, 냄새 담당 신경세포들은 후각기능을 발휘한다. 특히 코 주변 얼굴뼈 속의 빈 공간인 부비동은 ‘비어 있음’을 통해 머리 뼈 전체의 무게 감소를 가져오고, 목소리의 울림을 만들고, 뇌와 눈을 보호하는 역할도 한다. 문제는 부비동에 종양이나 염증이 생기면, 그 위치상 눈이나 뇌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좁디좁지만 코 속은 너무나 까다롭고 복잡하다. 김창훈 교수(이비인후과)가 활약하는 세계는 바로 그곳, 부비동이다.
에디터 이나경 포토그래퍼 최재인

코의 대표적인 기능은 호흡과 후각으로 알고 있는데, 일상적인 이 기능들에 주목할 점이 있다면서요?
코털과 코의 점액은 코로 들어오는 공기 중 더러운 것들을 걸러냅니다. 코 안의 꾸불꾸불한 살들은 표면적을 넓혀 밖에서 들어온 차가운 공기가 폐 안에 바로 들어가지 않도록 따뜻하게 만듭니다. 후각도 청각처럼 나이 들면서 기능이 떨어집니다. 문제는 청각이 떨어진 것은 자신이 금방 알아차릴 수 있지만, 후각은 그렇지 않다는 겁니다. 그래서 화재나 상한 음식등 안전상의 위험에 쉽게 노출됩니다. 65세 이후 후각기능이 급격히 떨어지는 분들은 대개 입맛을 잃거나 우울증에 시달립니다. 특히 주의할 부분은 치매입니다. 후각이 떨어져서 치매가 오는 것이 아니라, 치매가 온 분들중 상당수가 수년 전부터 후각 문제가 먼저 온다는 겁니다. 제가 지금 준비하고 있는 논문의 사례에도 자신은 정상 후각으로 알고 있는 많은 분들이 실제로는 후각이 크게 떨어져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부비동염을 주로 치료하시는데, 부비동 치료가 어려운 이유가 있을까요?
먼저 부비동의 위치와 역할을 이해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부비동은 쉽게 말해 코 옆에 있는 여러 개의 동굴, 즉 빈 공간입니다. 양쪽 뺨 안쪽의 상악동, 양쪽 눈 사이의 사골동, 이마 눈썹 위쪽의 전두동, 코 뒤쪽 깊은 곳 접형동 등을 말합니다. 두개골 전체가 뼈로만 되어 있다면 너무 무거워서 목이 지탱하기 어려웠을 겁니다. 즉 이 빈 공간은 무게 감소 효과에 목소리를 더 많이 퍼지게 하는 공명 작용도 합니다. 제일 중요한 것은 뇌와 눈을 보호하고 코의 기능을 보조하는 겁니다. 또 위치도 매우 특별합니다. 부비동은 두개저라 부르는 뇌의 바닥과 닿아 있습니다. 게다가 두개저는 12개의 중요한 뇌신경과 혈관이 내려가는 부분이라 더할 나위 없이 복잡합니다. 아주 좁은 코로 내시경을 넣어 부비동 수술을 할 때 이 두개저를 침범할 수도 있습니다. 또 눈과 부비동을 나누는 지판이나 눈을 움직이는 근육을 손상시킬 수도 있고요. 그만큼 많은 치료와 수술 경험이 중요합니다.
부비동염은 제법 흔한 병 같은데, 심지어 부비동에 암도 생긴다고요?
맞습니다, 코에도 암이 생깁니다. 부비동종양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부비동은 눈과 뇌와 가깝습니다. 뇌에서 생긴 종양이 코로 내려오기도 하고, 부비동에 생긴 종양이 뇌로 올라가기도 합니다. 부비동종양은 결국 눈이나 뇌로 확대되기 때문에 위험한 암이기도 합니다. 예전에는 이걸 치료하기 위해 머리를 열거나 얼굴을 절개하는 일이 흔했고, 워낙 힘든 위치라 합병증도 많고 치료 결과도 좋지 않았습니다. 지금은 내 시경을 통해 머리나 얼굴을 열지 않고 코 안으로, 눈 사이로, 아니면 귀를 살짝 열고 수술합니다. 그만큼 수술 위험도가 크게 낮아져서 결과도 좋은 편입니다.
그렇다면 의료 장비의 발전으로 수술 집도의에게는 매우 유리한 환경이 생긴 거네요.
부비동종양이나 부비동염 수술에 기본으로 내시경과 내비게이션(수술 중 영상유도장치, Image-Guided Surgery System)이 사용됩니다. 내시경으로 좁디좁은 코안을 확대된 이미지로 보면서 굉장히 세밀하게 수술할 수 있습니다. 특히 수술할 때 내비게이션을 통해 혈관이나 신경 같은 구조의 위치를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어서 이를 침범하거나 손상시키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러한 기기들 덕분에 아예 수술조차 할 수 없었던 환자들을 살릴 수 있게 된 것이지요. 특히 두개저 수술은, 환자들이 유서를 쓰고 들어올 정도로 예전에는 위험도가 아주 높은 수술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뛰어난 의료 장비에 힘입어 환자에게 매우 안전한 환경이 되었습니다. 현재 제가 센터장을 맡고있는 두개저내시경센터는 신경외과와 이비인후과, 성형외과, 안과를 비롯해 여러 진료과들의 탁월한 협진으로 최고의 수술 결과를 이끌어내고 있습니다.
환자들의 사연도 다양할 것 같습니다. 기억에 남는 환자들이 궁금합니다.
이마의 눈썹 위쪽에 있는 전두동의 염증으로 다른 병원에서 여러 번 수술을 받고도 여전히 어려움이 많았던 환자가 있었습니다. 염증이 눈까지 번져 여러 부작용으로 엄청 힘든 일상을 보내던 분이었습니다. 그러다 저한테 수술을 받고 문제가 깨끗이 해결되어 삶의 질이 완전히 달라졌다고 아주 좋아하셨습니다. 그리고 이비인후과학교실에 거액의 기부로 감사의 마음을 표현하기도 하셨고요. 한 중소기업 회장님의 경우, 코의 천장에 있는 후각세포에 생긴 암이 뇌까지 침범한 사례였습니다. 대표직을 내려놓고 인생을 정리해야 하나 걱정이 많으셨는데, 저와 문주형 교수(신경외과)가 아주 잘 수술해서 좋은 결과를 안겨드렸습니다. 끝으로 60대 초반의 부비동암을 진단받은 환자가 기억납니다. 진단 후 제가 수술과 항암, 방사선치료까지 설명을 드렸는데, 치료를 포기하셨어요. 인터넷 뒤져보고 치료가 어려운 희귀암이라 겁이 났답니다. 간호사 통해 그분을 꼭 오시라 해서, 저희의 준비 상태와 치료 과정, 협진 등을 30분 동안 설명드렸지요. 지금은요? “교수님 덕분에 지금 이렇게 살아 있다는 게 너무 좋아요!” 만날 때마다 그러십니다.
교수님 덕분에 새 삶을 사는 분들이 많네요. 환자들을 어떤 마음으로 만나고 계신지요?
의사에겐 한 사람을 살린다는 것, 그 이상이 없지요. “교수님 덕분에 살았습니다. 그래서 아이들과 이렇게 눈 마주치며 살아요.” 그런 말 들으면 의사가 되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최근에는 제가 제 분야인 상악동염으로 몇개월 고생을 했습니다. 그러면서 환자들 마음을 더 많이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더 듣고 더 이해하느라 환자 한 분 보는 시간이 더 길어졌습니다. 후배 의사들에게는 “네 부모님이 오셨다생각하고 환자를 대하라”고 강조합니다. 아픈 부모님과 병원 가본 사람은 어떤 마음인지 잘 알 겁니다. 의사들에겐 그 마음이 필요합니다. 저도 젊었을 땐 그렇게 못 했는데, 지금은 그 마음으로 환자를 만나고 있습니다.
끝으로 요즘 관심을 갖고 연구하고 계신 주제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환자들에게 세브란스병원은 마지막 마지노선입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야 하는 이유이자, 세브란스의 존재 이유지요. 임상과 기초연구에서 끊임없이 새로운 수술법, 학설과 이론을 내놓으면서 나아가야 합니다. 제가 한국형 후각검사 키트를 만들어 상용화한 이유도 그 연장선상에 있습니다. 미국에서 개발된 검사 도구는 환자에게 블랙베리 냄새를 묻지만, 한국 환자들에겐 홍삼이나 누룽지 같은 냄새로 후각검사를 하는 게 맞잖아요. 동물실험과 독성실험까지 마쳐서 의료기기로 인정받기까지 수년이 걸렸지만, 결국 해냈습니다. 현재는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후각이 떨어졌다는 사례가 엄청 많은데, 그 기전이 정확하게 밝혀진 연구는 아직 없습니다. 이를 위해 후각에 대한 기초실험들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부비동종양은 결국 눈이나 뇌로 확대되기 때문에 위험한 암이기도 합니다.
예전에는 이걸 치료하기 위해 머리를 열거나 얼굴을 절개하는 일이 흔했지만,
지금은 내시경을 통해 머리나 얼굴을 열지 않고 코 안으로, 눈 사이로, 아니면 귀를 살짝 열고 수술합니다.
그만큼 수술 위험도가 크게 낮아져서 결과도 좋은 편입니다.
명의의 특강
두개저내시경센터
머리를 열지 않는 뇌수술, 두개저 내시경수술이 여는 새로운 희망
⚊
두개골의 바닥 부분인 두개저에 병이 생기면 여러 심각한 증상이 나타난다.
그러나 뇌신경과 혈관 등 중요한 구조물이 많아 치료가 쉽지 않다.
그래서 두개저질환은 진단부터 치료, 재건, 회복까지의 전 과정에 여러 전문가들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글 김창훈 교수(이비인후과)

두개저질환은 병변의 위치와 범위, 주변 신경 및 혈관과의 관계,
수술 후 기능 관리까지 함께 고려해야 하므로,
숙련된 팀워크와 표준화된 안전 프로토콜이 치료 성적을 좌우한다.
두개저내시경센터는 바로 이 안전한 협진을 중심에 둔 다학제 진료 시스템이다.
‘뇌수술’이라고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머리를 열고 들어가는 큰 수술을 떠올린다. 환자와 보호자에게 두려움이 앞서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런데 의학은 오랫동안 한 가지 질문을 붙들고 발전해왔다. “어떻게 하면 더 정확하게, 더 안전하게, 더 적은 손상으로 치료할 수 있을까?”
그 답 가운데 하나가 바로 콧구멍으로 내시경을 넣어 뇌의 바닥 쪽 질환을 치료하는 ‘두개저내시경수술’이다.
낯설게 들릴 수 있지만, 두개저내시경수술은 많은 환자에게 치료 선택지를 넓혀주는 새로운 길이 되고 있다.
두개저는 대체 어디일까? 뇌와 코 사이의 경계
‘두개저(skull base)’는 말 그대로 두개골의 바닥이다. 이해를 돕기 위해 머리를 2층 집으로 비유해보겠다. 2층에는 뇌가 있고, 1층에는 눈과 코와 귀가 있다. 이때 1층의 천장이자 2층의 바닥이 되는 경계가 바로 두개저다. 즉 두개저는 뇌가 놓이는 바닥인 동시에 눈, 코, 귀와 부비동의 천장이 된다.
중요한 점은 이 부위가 단순히 뼈가 아니라는 것이다. 두개저에는 시신경을 비롯한 여러 중요한 뇌신경과 뇌에 혈액을 공급하는 주요 혈관이 지나가며, 뇌를 보호하는 막과 뇌척수액이 맞닿아 있다. 그래서 작은 병변이라도 위치에 따라 시력 변화, 두통, 안면 감각 이상, 복시(겹쳐 보임), 호르몬 이상 등 다양한 증상을 유발할 수 있다.
두개저종양의 내시경수술
두개저내시경센터의 협진 - 가장 안전한 최선의 치료를 위하여
이처럼 두개저에는 민감한 구조물들이 밀집해 있기 때문에, 두개저질환의 치료는 단순히 ‘기술’만으로 결정하기 어렵다. 병변의 위치와 범위, 주변 신경 및 혈관과의 관계, 수술 후 기능 관리까지 함께 고려해야 하며, 숙련된 팀워크와 표준화된 안전 프로토콜이 치료 성적을 좌우한다.
두개저내시경센터는 바로 이 ‘안전한 협진’을 중심에 둔 다학제 진료 시스템이다. 이비인후과와 신경외과를 주축으로 영상 의학과, 종양내과, 방사선종양학과, 병리과, 그리고 성형외과와 안과가 긴밀하게 협력해 환자에게 꼭 필요한 진단과 치료를 한 팀이 한 흐름으로 이어간다. 수술 전에는 CT나 MRI를 바탕으로 병변의 범위와 위험 구조물과의 관계를 면밀히 분석해 접근 경로와 재건 계획을 포함한 최적의 치료 전략을 세운다. 수술 후에는 호르몬, 시력, 신경기능을 포함한 회복 과정을 체계적으로 추적하고, 필요에 따라 방사선치료나 약물치료 등의 추가 치료까지 연결해 치료를 완성한다.
두개저수술에서 빠질 수 없는 과정 중 하나가 ‘재건’이다. 재건은 단순히 두개저의 작은 틈을 막는 것이 아니라, 병변 제거 후 발생할 수 있는 결손을 튼튼하게 복원해 뇌척수액 누출과 감염 위험을 낮추는 중요한 치료 과정이다. 아울러 코와 부비동의 기능을 유지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안면과 코의 외형을 안정적으로 보존하는 역할도 한다.
또한 두개저종양은 해부학적으로 안와와 맞닿아 있거나 안와의 여러 구조물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시력과 눈의 운동 기능을 지키기 위한 치료 계획이 필요하다. 이때 안과는 시신 경 및 안구기능의 평가와 보존 전략에 참여하고, 필요시 안와 재건 과정에서 성형외과와 함께 기능적, 미용적 완성도를 높이는 역할을 담당한다.
즉 두개저내시경센터는 병변을 제거하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치료-재건-회복 관리까지 이어지는 전 과정을 표준화된 협진으로 묶어 환자가 안전하게 회복하고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코에서 시작해 두개저로 이어지는 질환들 - 내시경치료가 필요한 순간
두개저질환을 ‘뇌 안쪽의 특별한 병’으로만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코와 밀접하게 연관된 경우가 적지 않다. 코와 부비동이 두개저 바로 아래에 있기 때문이다. 코막힘이나 반복되는 코피처럼 흔한 증상으로 병원을 찾았다가, 내시경이나 CT 또는 MRI 검사에서 병변의 중심이 두개저에 가깝거나 두개저를 침범하는 상황이 확인되기도 한다. 이때는 ‘코의 병’과 ‘뇌의 병’을 따로 나누기보다, 두개저를 포함한 하나의 지도로 치료 전략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한쪽에서 맑은 콧물이 지속적으로 흐르거나 고개를 숙일 때 더 흐르는 양상이 나타난다면, 두개저의 작은 틈을 통해 뇌척수액이 코로 새는 뇌척수액 비루(CSF leak)를 의심해야 한다. 이를 방치하면 뇌수막염 위험이 커질 수 있다. 최근에는 대부분 코안 으로 접근해 누출 부위를 정확히 확인하고 본인의 조직을 이용해 단단히 막는 내시경 재건술로 치료한다.
종양 치료에서도 내시경수술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 특히 비부비동 악성 종양은 드물지만 두개저와 맞닿아 있거나 침범하는 경우가 있어, 수술 범위부터 주요 혈관 및 신경의 보존, 그리고 종양 제거 후 결손 복원 방법까지 고려해 치료 계획을 세워야 한다. 내시경치료는 얼굴 절개를 최소화하면서도 종양의 범위와 경계를 정밀하게 확인해 절제하고, 필요시 두개저와 안와 및 안면부의 재건까지 한 번에 고려할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이 과정에는 방사선치료와 항암치료가 함께 논의되는 경우가 많아, 다학제 진료가 특히 중요하다.
이 밖에도 뇌하수체 선종, 두개인두종, 척삭종, 수막종 등이 두개저의 중앙 깊숙한곳에 위치할 수 있다. 뇌하수체 선종은 시신경을 눌러 시야 제한과 시력 저하를 일으키거나 호르몬 이상으로 이어질 수 있고, 두개인두종 역시 뇌하수체 주변에서 시력과 호르몬 문제를 유발할 수 있으며, 척삭종과 수막종은 발생 부위에 따라 두통, 복시 등 신경 증상을 동반할 수 있다. 따라서 주변 신경 및 혈관과의 관계를 정밀하게 평가한 치료 계획이 필요하다.
코로 들어가는 뇌수술 - 접근 방식이 바뀌면 치료가 달라진다
과거 두개저 병변의 수술은 대부분 머리를 열어 수술하는 개두술이 중심이었다. 개두술은 머리뼈를 열고 깊숙한 곳으로 들어가야 하므로 때로는 정상 뇌 조직을 견인해 공간을 확보해야 한다. 이 과정 자체가 환자에게 부담이 될 수 있고, 회복 기간이 길 어질 수 있으며, 흉터에 대한 걱정도 뒤따른다.
두개저내시경수술은 병변에 접근하는 경로를 바꾼 치료법이다.
코는 얼굴 한가운데에 있고, 부비동은 두개저의 바로 아래에 위치한다. 이러한 특성을 활용해 콧구멍으로 내시경과 미세 기구를 넣어 병변 바로 아래에서 위로 접근하는 것이다. 내시경은 병변 앞까지 카메라 렌즈가 들어가므로 확대된 고해상도 영상으로 두개저의 깊고 구석진 부위까지 확인할 수 있고, 수술 내비게이션과 함께 사용하면 현재 위치를 정밀하게 파악하면서 중요한 구조물을 피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 접근법의 의미는 단순히 ‘흉터가 남지 않는 치료’에서 그치지 않는다. 무엇보다 뇌를 직접 건드리는 부담을 줄이고, 병변을 보 다 가까이에서 보면서 정밀하게 치료할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환자 입장에서는 통증과 회복 부담이 줄어 비교적 빠르게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다.
하지만 모든 두개저질환이 내시경만으로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종양이 너무 크거나, 위치가 옆으로 많이 벗어나 있거나, 주변 혈관 및 신경과의 관계가 복잡한 경우에는 개두술이 더 안전한 선택이 될 수 있다. 결국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내시경이냐 개두술이냐”가 아니라, 환자에게 가장 안전하고 효과적인 길을 선택하는 과정이다.
수술의 안전을 완성하는 ‘팀 수술’ 이비인후과-신경외과의 협진
두개저 내시경수술은 ‘혼자 잘하는 수술’이 아니라, 각 분야의 전문성이 맞물릴 때 완성되는 수술에 가깝다. 코안의 좁은 길을 안 전하게 넓히고 출혈을 조절하며 두개저의 병변까지 이르는 통로를 만드는 과정에는 이비인후과(비과)의 경험이 필수고, 뇌막을 열고 병변을 정교하게 제거하며 신경 구조를 다루는 과정에는 신경외과의 전문성이 필요하다. 같은 수술이라도 “어디를 어떻게 지나가고, 무엇을 어떻게 지키느냐”가 치료 결과를 좌우하기 때문에, 두 진료과가 처음부터 끝까지 같은 목표로 움직이는 것이 중요하다.
병변 제거 후에는 뇌척수액 누출을 막고 감염 위험을 낮추기 위해 두개저를 튼튼하게 복원하고, 필요시 결손의 크기와 위치에 따라 여러 재건 방법을 조합해 “단단히 막되, 기능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마무리한다. 특히 두개저종양이 안와나 안면부와 맞닿아 있는 경우에는 성형외과, 안과 등과의 협진이 필요할 수 있다.
두개저 내시경수술, 두려움 대신 희망을 선택할 수 있도록
‘뇌에 생긴 종양’이라는 말이 주는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두개저질환을 진단받으면 누구나 흔들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두개저내시경수술 덕분에 많은 환자들이 예전보다 더 안전한 선택지를 가질 수 있게 되었다. 두개저내시경수술은 ‘마법 같은 수술’이 아니라, 오랜 시간 쌓인 해부학적 이해와 술기, 그리고 협진 시스템이 만든 정교한 치료의 결과다.
원인 모를 시력 저하나 시야 변화, 반복되는 두통, 설명되지 않는 호르몬 이상이 지속된다면 전문가의 진료를 받아보기를 권한다. 정확한 진단이 우선이며, 치료는 환자에게 맞게 가장 안전한 방법으로 설계되어야 한다. 두개저내시경센터는 바로 그 과정에서, 두려움이 희망으로 바뀌는 순간을 함께 만들기 위해 존재한다.

두개저내시경수술은 뇌를 직접 건드리는 부담을 줄이고, 병변을 보다 가까이에서 보면서 정밀하게 치료할 수 있다.
환자입장에서는 통증과 회복 부담이 줄어 비교적 빠르게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다.

김창훈 교수
이비인후과
⚊
월간 <세브란스병원> 2026년 4월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