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 STORY
간질환 환자들의 마지막 동아줄,
절대 포기하지 마세요!
정교한 수술과 끊임없는 도전으로 간이식의 가능성 넓히는 주동진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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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경변증을 진단받으면 곧바로 간이식을 고려해야 하나요?
B형 또는 C형간염, 알코올 간질환, 자가면역성 간염, 지방간염 등 여러 원인으로 인해 간 손상이 오래 지속되면 결국 간경변증에 이릅니다. 그러나 간경변증이 있다고 곧바로 이식을 고려하지는 않습니다. 간경변증은 간기능이 어느 정도 유지되는 대상성 간경변증, 그리고 황달이나 복수, 간성혼수, 정맥류 출혈 등의 합병증이 동반되는 비대상성 간경변증으로 구분하는데, 비대상성 단계로 진행하면 본격적으로 이식을 고려합니다.
간독성 약물 등으로 간이 갑자기 손상되는 급성 간부전도 간이식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간암 역시 간이식의 적응증입니다. 간기능이 나빠 절제술을 비롯한 다른 치료를 시도하기 어려운 경우, 또는 간암 절제술이나 색전술, 항암치료, 방사선치료 등 여러 치료에도 불구하고 반복해서 재발하는 상황이라면 간이식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최근 전이성 간암으로도 간이식의 대상이 확장되고 있다고요?
다른 장기에서 발생한 암이 간으로 퍼진 전이성 간암은 과거엔 절제수술이나 이식수술이 불가능한 4기 암으로 분류해 항암치료를 주로 시행했습니다. 그러나 현재는 원발암이 잘 치료되고 간에만 암이 남은 환자라면 적극 수술하는 것으로 치료 방향이 달라지고 있으며, 간에 병변이 여러 개 생겨 절제하기 어려운 환자에서는 간이식을 시도할 수 있습니다. 췌장 신경내분비종양의 간전이, 대장암 간전이가 대표적입니다. 그러나 전이성 간암은 재발 위험이 높은 만큼, 매우 엄격하게 대상 환자를 선별합니다. 일반적으로 원발암의 성질이 비교적 순하면서 수술로 잘 제거되었고, 재발 위험이 높은 유전자 변이가 없으며, 다른 장기에는 전이 없이 오직 간에만 다발성으로 재발해 절제술이 어려운 경우 간 이식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항암치료에 좋은 효과를 보인 환자일수록 간이식 성적이 우수한 것으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비만과 대사증후군이 늘면서 지방간질환 환자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간이식 분야에도 영향을 미치나요?
지방간이 지속되면 지방간염으로 진행하고, 여기에 만성 염증과 섬유화가 더해지면 결국 간경변증으로 악화되고, 간암의 발생 위험도 높아집니다. 미국에서는 이미 지방간으로 인한 간경변증이 알코올 간질환과 함께 간이식의 원인 1, 2위를 다툴 만큼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또한 과거에는 간이식 환자에서 지방 간질환이 원인인 경우가 거의 없었으나, 최근에는 지방간염에 의한 간경변증으로 간이식을 받는 환자가 조금씩 발생하고 있습니다. 지방간염이 간경화로 진행되고 간이식까지 이어지는 과정은 대체로 수십 년에 걸쳐 진행되므로, 젊을 때부터 비만과 대사증후군을 적극 관리해야 합니다.
간이식수술은 특히 어렵고 까다로운 수술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그 이유가 무엇인가요?
수술 자체도 복잡하지만, 무엇보다 수술받는 환자의상태가 이미 매우 나쁜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말기 간경변증 환자는 대체로 간 주변에 비정상적인 혈관이 많이 자라 있고, 혈소판이 감소해 있으며, 간에서 만들어지는 혈액응고인자도 부족해 출혈이 생기면 지혈이 쉽지 않습니다. 일부 환자는 간경변증이 심해지면서 간으로 가야 할 혈류가 막혀 간문맥 압력이 오르고, 이것이 폐혈관까지 영향을 미쳐 간문맥성 폐동맥고혈압이 생기기도 합니다. 폐동맥 압력이 높으면 전신마취 자체가 매우 위험해질 수 있습니다. 그런 환자에게 병든 간을 통째로 들어내고 새로운 간을 넣어 혈관과 담도를 다시 이어주는 대수술을 해야하니 위험 부담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우리 나라는 뇌사 기증자가 워낙 부족해 뇌사자 간을 받을 때는 환자 상태가 이미 상당히 악화된 경우가 많아 수술과 회복에 큰 부담으로 작용합니다.
생체 간이식은 기증자만 있으면 누구나 가능한가요?
생체 간이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기증자의 안전입니다. 그래서 여러 검사로 건강에 문제가 없는지 가장 먼저 확인합니다. 또한 혈관과 담도의 구조에 따라 실제로 절제할 수 있는 범위가 달라지기 때문에 간의 크기, 혈관과 담도의 구조 등도 정밀하게 살핍니다. 기증 후 안전한 삶을 유지하려면 절제 후 남는 간의 용량이 전체 간의 최소 30% 이상이어야 합니다. 최근에는 식생활이 서구화되면서 기증 희망자에게서 지방간이 발견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다행히 지방간염이나 간경변증으로 진행하지 않은 지방간은 체중을 5-10% 줄이면 호전되어 이식이 가능해질 뿐 아니라, 본인 건강에도 유익합니다. 기증 후에도 지방간이 재발하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체중 관리를 해야 합니다.
A형 자녀가 B형 부모에게 간이식을 해줄 수 있나요?
B형인 사람은 혈액 속에 A형 항체가 존재합니다. 그래서 B형인 환자가 A형 기증자의 간을 이식받으면, 환자의 혈액 속에 있는 항체가 이식받은 간을 외부 물질로 간주하고 즉각 공격해 급성 거부반응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과거에는 ABO 혈액형이 다르면 간이식이 불가능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혈액형이 다르더라도 이식 전에 미리 탈감작요법을 시행해 항체 농도가 일정 수준 이하로 줄어들면 이식이 가능합니다. 탈감작요법은 혈장교환술을 통해 몸속에 이미 생성되어 있는 항체를 걸러내고, 리툭시맙(rituximab)을 투여해 혈액형 항체 생성을 억제하는 치료입니다. 현재 세브란스병원에서는 전체 간이식의 약 25%를 혈액형 부적합 간이식으로 시행하고 있으며, 혈액형 적합 간이식과 다름없는 높은 성공률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타 병원에서 간이식이 어렵다는 소견을 들은 고위험 환자들이 세브란스를 찾아오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과거에는 간암이 5cm를 넘거나 종양이 3개보다 많거나 혈관을 침범했다면 이식을 시도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었습니다. 하지만 세브란스는 소화기내과, 방사선종양학과, 영상의학과, 이식외과 등이 함께하는 다학제 진료를 통해 진행성 간암도 적극적으로 치료해 암 크기를 줄인 뒤 간이식을 시행해왔습니다. 실제로 폐전이가 있던 간암 환자에서 다학제 치료로 눈에 보이는 암을 제거한 뒤 간이식을 시행해 10년 이상 건강하게 지내는 사례도 있습니다. 또한 2015년 세계 최초 생체 간-뇌사자 폐 동시이식 성공, 2016년 국내 최초 생체 기증자의 로봇 간절제술 성공 등의 치료 경험을 축적해왔습니다. 멜드 점수가 매우 높아 위험 부담이 큰 환자라도 ‘환자의 마지막 보루’라는 생각으로 적극 받아들여 치료에 나서는 것 또한 세브란스 장기이식센터 간이식팀의 특징입니다. 최근에는 췌장 신경내분비종양의 간전이, 대장암의 간 전이 등 전이성 간암에서도 간이식을 시행하는 등 도전적 치료로 간이식 치료의 지평을 넓혀가고 있습니다.
간이식 분야의 발전이 매우 놀라운데요.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결국 가장 큰 문제는 장기 부족입니다. 국내 뇌사 기증자는 인구 100만 명당 약 7명 수준으로, 서구권(40-50명)에 비해 턱없이 부족합니다. 장기기증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충분히 자리 잡지 못해 기증서약을 한 사람 자체가 적은 데다가, 본인이 생전에 장기기증 서약을 했더라도 유가족이 반대해 기증이 무산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영국, 미국, 스페인 등 일부 국가에서는 ‘심정지 후 장기기증(DCD, Donation after Circulatory Death)’을 운영 중인 반면, 우리나라는 아직 법제화되지 않았습니다. 장기기증은 한 생명의 마지막 순간에 다른 사람에게 새로운 삶의 기회를 건네는 일입니다. 제도 개선과 함께, 장기기증이 생명을 이어주는 숭고한 선택이라는 인식이 사회에 널리 자리 잡아야 합니다.

주동진 교수 이식외과
진료 분야 : 손, 손목, 주관절(팔꿈치), 말초신경의 외상 및 질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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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이식과 간절제술이 전문 분야로, 아무리 위중한 환자라도 조금이라도 가능성이 있다면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환자중심주의자다.
혈액형 부적합 간이식과 진행성 및 전이성 간암의 간이식 등 기존 치료의 한계를 넓히는 데 힘쓰고 있으며,
심정지 후 장기기증에 활용할 수 있는 체외 관류기술과 인공장기 관련 연구에도 참여하며 장기 부족 문제의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다.
간이식은 단순히 병든 장기를 바꾸는 수술을 넘어, 한 사람의 생명을 또 다른 생명으로 이어주는 숭고한 일이라는 책임감을 가지고 진료와 연구에 임하고 있다.
월간 <세브란스병원> 2026년 9월호
에디터 박준숙 포토그래퍼 최재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