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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저한 산전 관리와 완벽 시스템으로 

산모와 태아 건강 지킨다 

고위험 산모들의 미더운 파트너 정윤지 교수

정윤지 교수 프로필 바로가기 


우리나라는 출산율이 떨어지고 있는데도 고위험 임신 비율은 계속 늘고 있다는 기사를 봤습니다. 어떤 경우 고위험 임신에 해 당하며, 이렇게 고위험 임신이 늘어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고위험 임신이란 임신 및 출산 과정에서 산모와 태아의 건강과 생명을 위협할 만한 요소가 있어서 각별한 관리가 필요한 모든 임신 상태를 말합니다. 35세 이상 또는 19세 이하의 임신, 유전질환의 가족력, 산모가 당뇨 병이나 고혈압, 자가면역질환 같은 내과적 질환을 갖고 있는 경우, 다태아 임신, 전치태반이나 태반 유착 같은 태반 이상, 태아 기형, 조기 진통 등 다양한 상황이 고위험 임신에 해당합니다. 요즘 진료실에서 산모들을 만나 보면 30대 초중반의 산모는 오히려 젊은 축에 속하고, 40대 이상의 산모도 과거에 비해 확실히 많아졌습니다. 또 자궁근종을 비롯해 여러 부인과 질환으로 수술이력을 가진 산모들도 과거에 비해 증가했고요. 이러한 여러 요소들로 인해 고위험 임신 비율이 계속 늘어나고 있습니다.


나이가 많아질수록 임신에 위험 요소가 되는 까닭은 무엇인 가요?   

35세 이상의 늦은 나이 임신에서는 다른 유전적 소인이나 가족력 등의 문제가 없더라도 다운증후군 같은 염색체 이상이 있는 태아를 가질 확률이 증가합니다. 또 산모 나이가 많아질수록 당뇨병이나 고혈압 등의 내과적 질환을 가지고 있거나 부인과 질환으로 수술받은 과거력을 가진 산모의 비율이 증가하니까 고위험 임신의 요소가 늘어나게 되지요. 시험관임신 같은 보조생식술을 하면 자연 임신에 비해 다태아 임신 가능성이 높아지는데, 아무래도 산모의 나이가 많을수록 보조생식술을 시도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늦은 나이에 쌍둥이를 임신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임신 위험 또한 높아지게 됩니다.


임신 중 태반 관련 문제는 어떤 것들이 발생할 수 있나요? 

태반 이상은 크게 위치 문제와 기능 문제로 나눌 수 있습니다. 태반은 원래 자궁 상단의 내벽에 넓게 붙어 있고, 산도(자궁경부)에 가까운 자궁 아래쪽에는 없는 것이 정상입니다. 그래야 출산 때 태반이 산도를 막지 않아 자연 분만이 가능하거든요. 태반이 자궁경부를 막고 있거나 가까이에 위치한 전치태반은 가벼운 운동 같은 일상에서의 작은 자극에도 출혈이 쉽게 발생할 수 있고, 때론 조산 같은 응급 상황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한 편 태반의 위치는 문제가 없으나 산모와 태아 사이의 물질 교환을 담당하는 태반의 기능이 떨어질 수 있는데, 이 경우에는 아기가 잘 자라지 못해 저체중아를 출산할 수 있고 산모에게 임신중독증 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어떤 경우에 전치태반의 발생 가능성이 높아지나요? 

정상적인 자궁은 보통 아래쪽에는 혈관이 상대적으로 적고, 위쪽으로 근육과 혈관이 발달해 있습니다. 태반은 태아에게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해야 하니까 혈관이 많은 곳에 발달합니다. 그래서 임신 초기에는 태반 위치가 좀 낮더라도 후기에 가까워지면서 태반이 자궁 아래쪽은 퇴화되고 자궁 상단을 중심으로 발달하면서 정상적인 위치로 올라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자궁 근종 수술, 제왕절개술, 유산으로 인한 소파수술, 조직 검사 등으로 자궁 하단부에 손상이 생기면 상처 치유 과정에서 혈관이 발달하게 됩니다. 이때 자궁의 상처 흔적과 혈관을 중심으로 태반이 발달하면서 정상보다 아래쪽에 위치하게 되는 것이지요. 아울러 자궁 내벽의 상처는 태반과 잘 유착되기 때문에 전치태반이 있으면 반드시 태반 유착의 위험성도 염두에 둬야 합니다.



전치태반이 고위험 임신인 이유는 태반이 산도를 막아 자연 분만이 불가능하기 때문인가요? 

자궁 하단부에 태반이 붙게 되면 태반이 산도를 막아 진통 중 대량 출혈 및 태반 박리가 발생할 수 있어 반드시 제왕절개를 시행해야 합니다. 제왕절개 과정에서 아기 출산 후 태반이 떨어지고 나면, 자궁이 수축하면서 혈관이 닫히고 출혈이 멈춥니다. 그런데 자궁 위쪽은 근육층 이 탄탄해서 수축이 잘 일어나는 반면, 자궁 아랫부분은 윗부분에 비해 근육층이 얇고 태아를 키우는 과정에서 근육이 계속 늘어났기 때문에 출산 후에도 상대적으로 수축이 덜 일어납니다. 그래서 전치태반일 때는 출산 후 자궁 수축이 불완전하고 지혈이 잘 안되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자궁 내 상처로 인해 태반 유착까지 있는 경우라면 출혈량이 더 많아지고요. 전치태반과 태반 유착은 산후 출혈로 산모의 건강과 생명을 위협하는 주요 원인 중 하나입니다. 


산후 출혈의 위험이 높다면 출산 과정에 상당한 준비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전치태반이 있을 때는 산모의 과거 자궁질환과 수술 이력, 복부 및 질식 초음파와 산전 MRI 검사 결과 등을 종합해 산후 출혈의 위험성을 미리 가늠해보고 응급상황이 발생하더라도 곧바로 처치가 가능하도록 만반의 준비 후 제왕절개로 출산을 시도합니다. 산후 출혈량이 많다면 대량 수혈은 기본이고, 자궁에 풍선을 넣어 출혈 부위를 압박하는 풍선삽입술, 사타구니 혈관을 통해 출혈이 심한 자궁동맥에 색전 물질을 넣어주는 자궁동맥색전술 등으로 출혈을 신속하게 잡아야 합니다. 그래도 출혈이 멈추지 않을 때는 산모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자궁 적출까지 필요할 수 있습니다.


전치태반이 자궁 적출까지 염두에 둬야 할 만큼 위험도가 높은 줄 몰랐습니다. 

전치태반과 산후 출혈의 위험을 모르는 분들이 생각보다 많아서, 진료실에서 산모와 보호자를 반드시 함께 앉혀두고 앞서 이야기한 위험 요소들을 정확하게 설명합니다. 출산 전에 미리 유사시 자궁 적출에 대한 수술 동의서까지 받아놓고요. 전치태반이 있어도 임신과 출산 과정 모두 순탄한 산모도 많지만, 만에 하나라도 위험 상황이 발생하면 산모와 아기 건강에 치명적인 위협이 되기 때문에 일찍부터 철저하게 대비해야 하는 것이지요. 자궁 적출을 하면 여성성이 사라진다거나 조기 폐경 이 온다고 오해하는 분들이 많은데, 자궁은 아기집의 역할을 하는 근육조직일 뿐 여성호르몬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습니다. 그러니 자궁 적출을 하더라도 생리만 없을 뿐이지, 난소에서 정상적으로 배란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폐경이 되는 것이 아닙니다.


전치태반이 있는 산모들은 일상생활에서 특별히 무엇을 조심하면 좋을까요?   

전치태반 산모는 일상생활 중 별다른 통증 없이 출혈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과거에는 운동도 하지 말고 무조건 누워 있으라고 당부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몸에 과하게 무리되는 것만 아니라면 일반 산모들처럼 대부분의 일상생활이 가능합니다. 다만 출혈이 조산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생리대를 3분의 2 이상 적실 만큼 피가 흘렀다면 출혈이 금방 멈추더라도 반드시 병원에 와서 진찰을 받아보는 것이 안전합니다. 또 번거롭고 비용이 부담되더라도 정확한 상태 파악을 위해 주치의가 권하는 검사는 반드시 받도록 하고, 산후 위급상황에서 신속한 처치가 가능한 종합병원에서 산전 관리와 출산을 진행하기를 권합니다. 무엇보다 산모를 지키기 위해 대량의 수혈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으니, 개인적으로는 보호자들이 헌혈에 적극 참여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산모와 태아의 안녕 지키는 파수꾼, 세브란스병원 고위험산모·태아통합치료센터 

1983년 고위험임신클리닉에서 출발한 오랜 역사, 풍부한 고위험 산모 전문 치료 경험을 자랑하는 세브란스병원 고위험산모·태아통합치료센터의 최고 강점은 각 분야 교수들의 유기적인 협진과 응급상황에 즉각 대비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산모의 기저질환, 예측되는 임신 관련 합병증이나 태아의 선천성 질환 등에 따라 산부인과뿐 아니라 신생아과, 임상유전과, 소아심장과, 소아비뇨 의학과, 소아신경외과, 소아외과 등 관련 과의 모든 진료를 당일 원스톱서비스로 받을 수 있도록 협진 체계를 구축해 놓았다. 이를 통해 자세한 산전 상담은 물론, 분만 전후 집중 치료와 관리를 받을 수 있다. 

또한 응급상황에서 고위험 산모를 집중적으로 돌볼 수 있도록 전문의료진이 24시간 대기하고 있어서 갑작스러운 분만 시에도 산모와 신생아가 즉시 적절한 조치를 받을 수 있다. 아울러 산후 출혈 처치에 특화된 전문 프로토콜을 통해 전치태반, 다수의 수술력 등을 가진 고위험 산모를 최대한 안전하게 치료한다.



정윤지 교수

산부인과

프로필 바로가기 


전치태반, 고혈압, 늦은 나이 임신, 다태아 임신 등 고위험 산모를 전문으로 돌보고 있다. 현재 임신에서 발생 가능한 개개인의 위험 요소들을 산모와 보호자에게 자세하고 정확하게 설명하는 편이다. 철저한 산전 관리와 빠른 대처가 산모와 태아의 건강을 지키는 가장 안전한 길임을 알기 때문이다. 안전한 임신과 출산을 통해 한 가정의 행복을 지키는 것을 산부인과 의사로서 가장 큰 보람이자 의무로 여기고 있다.



월간 <세브란스병원> 2024년 3월호 

에디터 박준숙 포토그래퍼 최재인